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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어느새 6학년.
언제 이렇게 컸지?

얼마 전 중학교 교복을 맞추러 갔습니다.
교복을 입은 모습에 엄마는 혼자서 울컥했답니다.
마냥 어리게만 보인 딸이었는데.....

엄마가 학교 다닌다고 바쁘다고
많이 챙겨주지 못한 부분이
내심 미안하게 느껴집니다.

곧 초등학교 마지막 6학년 졸업식을 합니다.
하필 딸아이의 졸업식 날짜가
남편학교 졸업식 날짜와 같습니다.

줌으로 하는 비대면 졸업식이지만
운동장에서 차를 주차하고 줌으로 보다가
딸아이가 나오면
학교 운동장에서
졸업기념 가족 사진을 찍고
밥을 먹으려 갔으면 했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학교에 가서 그날 자녀돌봄휴가 쓸 수 있는지 물어봐줘."
"졸업식인데 쓸 수 있겠나?"

"오빠는 교무도 6학년 담임도 아닌데."
"졸업식 방송해야 한다."

"오빠 학교에는 방송을 할 사람이 오빠밖에 없나?"
"한 번 물어볼게."

"오빠 없어도 방송 다할 수 있다.
그 학교 선생님이 몇 명인데"

딸아이 인생에 한 번뿐인 6학년 졸업식인데.
하필 학교 졸업식 날짜가 똑같네요.

남편이 학교 어르신께 묻는다고 했습니다.
사실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번에 남편이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날이 개학식이라 방송을 해야 한다고
다른 선생님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때 남편에게
"학교에서 가도 뭐래?"

"첫마디가 엄마는 뭐하냐고 묻던데.
엄마가 졸업식에 안 가냐고.
나 는 졸업식을 안 갔다고."

허걱.
자녀졸업식에 가는 것은 엄마뿐인가요?
요즘 아빠의 역할도
그 자리도 비중이 있다고 보는 저인데.

엄마가 가는데
아빠가 갈 생각이냐는 말에
잠시 현타가 왔습니다.

학교의 졸업식이 중요하니
미안하지만 가지 말고
방송 업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면
아쉽지만 좀 더 쉽게 수긍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뭐하고?"
의 말에 세대 차이와
자녀교육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느낍니다.

아이에게 아빠도 함께 교육을 하고
함께 키우며 추억을 쌓으며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의 생각과 달리
"엄마는 뭐하고? 나는 한 번도 안 갔다"
라고 말씀을 하셨다는
교감선생님, 교무 선생님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해도
띠동갑도 되지 않을 텐데.

남편은 학교 졸업식을 마치고 와서
가족끼리 점심을 먹자고 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신 상황이니
저도 그렇게 하기로 했답니다.
평소에도 이해심이 많은 딸아이도
쏘쿨하게 넘길 것 같습니다.

라테는......
딸아이의 졸업식날
자녀돌봄휴가를
2021학년도 처음으로 사용해 보려다가
라떼를 겪었습니다.

저도 40대라서
20, 30대 선생님께서 보았을 때
꼰대 문화에 속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최대한 라떼라든지 꼰대가
되지 않아야겠습니다.

세대가 다릅니다.

자신의 삶에서 행복을 느끼고
개인의 시간을 중시하여
의무는 다하나
권리는 누리려는 세대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조퇴를 왜 그렇게 많이 해?
연가를 왜 쓰나요?
육아시간, 자녀 돌봄 휴가...

18년 전 내고장산오르기를 하고 난 뒤
임신한 동료 여선생님이 유산을 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여자 교감선생님께서 그 친구에게
"자기가 몸 관리를 잘못했네.
나는 임신해서도 학교일 엄청 했다."
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학급에 대한 책임감으로
산 오르기를 한 선생님에게,
유산으로 마음이 아픈 선생님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13년 전 딸아이를 임신했던 임신 초기
하혈로 병가를 6-7월 두 달 사용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병가로
시골 소규모 학교에서
교감선생님께서 기간제를 구하기 힘드셨을 것입니다.
또한 7명의 선생님이 하던 업무도
6명이 나누어서 해서
힘이 드셨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기간제 선생님께서
명퇴를 하신 훌륭하신 선생님이라
저보다도 아이들 지도만큼은 더 잘하셨습니다.

두 달간의 병가로
하혈도 멈추었고 유산 위험도 없이
임신 중기에 접어들 수 있었습니다.

병가 두 달 동안
누워만 있었습니다.

두 달의 병가를 마치고
학교에 복귀를 했을 때
약간의 교장선생님 눈치와 미운털을 견뎌야 했습니다.

나중에야
열심히 하는 제 성격과 업무 스타일을 아시고
두 학교에서 4년을 같이 근무했습니다.

그 교장선생님과
4년째 근무를 할 때는
둘째 임신인데도
교육복지 우선 지업사업 부장교사를 하라며
무한신뢰를 주셨답니다.
3개월 특별휴가를 들어간다고 했는데도.

그 일이
제 생각을 너무 많이 바뀌게 했답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반 아이들도 행복하고
학교일도 더 열심히 일을 한다.

그때 2달의 병가가 없었다면
6학년인 딸아이도 없었을 수 있었습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라떼가 아니라
시대와 문화의 변화를 알고
이해를 할 수 있는 중년 교사가 되어야겠습니다.

교사의 개인 삶이 행복해야
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웃게 된다.
업무의 효율성이 오른다.

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그 시대의 이야기야.
변하는 시대에 라떼를 말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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